우주아저씨

여러분, 처음 메모리폼 매트리스나 베개에 누웠을 때 그 느낌, 기억하시나요? 몸의 곡선을 따라 사르르 감기면서도 묵직하게 받쳐주던 그 독특한 감각 말이에요.

저는 '와, 그냥 푹신한 거랑은 차원이 다르네'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있잖아요, 그저 '편안함'을 위해 태어난 기술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정말 놀랐습니다.

사실 이건 우주비행사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고민의 산물이었거든요.

우주선이 지구를 박차고 날아오르는 그 순간, 우주비행사는 자기 몸무게의 몇 배에 달하는 엄청난 중력(G-Force)을 온몸으로 견뎌내야 합니다. 상상만 해도 아찔하죠?

NASA는 이 무시무시한 충격으로부터 비행사를 보호하기 위해 수많은 연구를 거듭했고, 마침내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이 탁월한 신소재, 바로 점탄성 폴리우레탄 폼을 개발해냈습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사랑하는 메모리폼의 시작이었죠. 이 기술은 훗날 템퍼페딕(Tempur-Pedic) 같은 회사를 통해 우리 집 침실까지 오게 된 거고요.

편안한 잠자리만큼이나 중요한 게 또 있죠. 바로 매일 마시는 물입니다.

혹시 정수기 물맛이 그냥 수돗물보다 더 깔끔하고 부드럽다고 느끼신 적 없으신가요?

그 미묘한 차이가 사실은 우주정거장에서 우주비행사의 소변까지 깨끗한 식수로 바꿔야만 했던 극한의 재활용 기술에서 비롯되었다면 어떨까요?

좀 충격적인가요? 하지만 사실입니다. 물 한 방울이 귀한 우주에서는 대기 중의 수증기는 물론, 사용한 모든 물을 완벽하게 정화해서 재사용해야 하거든요.

이 절체절명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NASA가 개발한 것이 바로 역삼투압 정수 기술입니다.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해요. 물 분자만 겨우 통과할 수 있는 아주아주 촘촘한 필터(막)에 압력을 가해서, 물속에 녹아있는 온갖 불순물, 바이러스, 세균 등을 모조리 걸러내는 방식이죠.

말 그대로 순수한 물(H₂O)만 남기는 겁니다. 이 기술 덕분에 지금 우리 집 주방에서도 버튼 하나로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된 겁니다.

집에서 가구를 조립하거나 선반을 달 때, 전선 때문에 작업이 불편했던 경험 한 번쯤 있으시죠?

콘센트는 저 멀리 있는데 선은 짧고, 여기저기 꼬이고…. 정말 짜증 나는 순간이죠.

그러다 무선 전동공구를 처음 써봤을 때 느꼈던 그 해방감! 아마 많은 분이 공감하실 거예요.

그런데 그 짜릿한 자유가 사실은 달 표면을 탐사하던 아폴로 우주비행사들의 필요에서 시작되었다는 상상, 해보셨나요?

달에는 당연히 콘센트가 없습니다. NASA는 전원 연결 없이도 달 표면의 암석 샘플을 채취할 수 있는 강력한 휴대용 드릴이 필요했죠.

이 미션을 위해 NASA와 협력한 기업이 바로 '블랙앤데커(Black & Decker)'입니다. 이들이 개발한 배터리 기술과 모터 설계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강력하고 편리한 무선 전동공구의 시초가 된 것이죠.

덕분에 이제 우리는 전선에 얽매이지 않고 집안 어디서든 자유롭게 DIY 작업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선 전동공구 시장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고체가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심지어 그 98% 이상이 공기로 채워져 있어서 '얼어붙은 연기(Solid Smoke)'라는 신비로운 별명까지 가진 소재가 있습니다.

바로 에어로겔(Aerogel) 이야기입니다. 손바닥 위에 올려놓아도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가볍지만, 단열 성능만큼은 그 어떤 소재보다도 강력하죠.

이 신기한 소재 역시 우주 탐사의 산물입니다. 영하 수백 도에서 영상 수천 도를 넘나드는 극한의 우주 환경에서 민감한 장비들을 보호하려면 기존의 단열재로는 어림도 없었거든요.

NASA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어로겔을 우주선과 탐사 로버의 단열재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놀라운 기술은 우리 곁으로 다가와 겨울철 스키 장갑 속에서 우리 손을 따뜻하게 지켜주거나, 최첨단 건물의 단열재로 쓰이며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에어로겔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궁금하다면?

안경 쓰시는 분들은 공감하실 거예요. 아무리 조심해도 어느새 렌즈에 자잘한 흠집이 생겨 속상했던 경험 말이죠.

또 주변에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으신 분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 두 가지, '보호'와 '치유'의 기술이 모두 우주에서 왔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먼저, 우리 안경 렌즈의 스크래치 방지 코팅 기술은 우주 헬멧 바이저를 보호하기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우주 공간에는 미세한 먼지들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다니는데, 여기에 긁히면 비행사의 시야가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죠.

NASA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한 탄소막 코팅 기술을 개발했고, 이 기술이 우리 안경으로 내려온 겁니다.

그리고 더 놀라운 이야기. 바로 형상기억합금입니다. 특정 온도가 되면 원래의 모양으로 돌아가는 신기한 금속이죠.

NASA는 이 합금을 이용해 우주에서 거대한 구조물을 종이처럼 접어서 발사한 뒤, 우주에서 열을 가해 저절로 쫙 펼쳐지게 만들었습니다.

이 원리가 우리 몸속에서는 생명을 살리는 기적을 만듭니다. 좁아진 혈관에 가느다란 형태로 삽입된 스텐트가 체온에 의해 원래의 넓은 형태로 복원되면서 혈관을 다시 열어주는 거죠. 치아 교정기도 마찬가지 원리고요. 정말 놀랍지 않나요?

"그래서 요즘은요?" 라고 물으실 분들을 위해, 가장 흥미로운 최신 소식을 하나 가져왔습니다.

우주 기술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미래를 바꾸고 있는 현재진행형 혁신이거든요.

바로 3D 프린팅 기술과 위에서 말한 형상기억합금의 만남입니다.

최근 3D 시스템즈라는 회사가 NASA와 협력해서, 3D 프린터로 인쇄된 형상기억합금 라디에이터(열 방출 장치)를 개발했습니다.

이게 왜 대단하냐면, 복잡한 모터나 추진 장치 없이도 열만 가하면 스스로 펼쳐지기 때문에 인공위성을 훨씬 더 가볍고 저렴하며, 고장 위험 없이 만들 수 있게 된 겁니다.

우주를 향한 도전이 또 어떤 놀라운 선물을 우리에게 안겨줄지, 정말 기대되지 않으세요?

푹신한 메모리폼 침대부터 깨끗한 물을 주는 정수기, 자유로운 무선 드릴까지. 오늘 함께 살펴본 우주 기술 발명품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극한의 환경을 극복하고 인류의 생존과 탐험을 가능하게 하려는 치열한 노력의 산물이라는 점이죠.

그리고 그 위대한 노력의 결과물들이 이제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더 안전하고, 더 편리하고,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우주 탐사는 더 이상 먼 미래나 일부 과학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늘 저녁, 푹신한 침대에 누워 하루의 피로를 풀 때, 아침에 일어나 정수기 물을 마실 때,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는 우주의 흔적을 느껴보시는 건 어떨까요?

가장 위대한 탐험은 어쩌면 우리 집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